낮엔 회사원, 밤엔 옷가게 사장 — 자는 동안 쇼핑몰이 돌아가게 만든 이야기
어젯밤에도 자다 깨서 습관처럼 폰을 열었습니다. 밤사이 새 상품 몇 개나 올라왔나 보려고요. 그런데 제가 한 건 화면 몇 번 넘긴 게 전부였어요. 상품 고르고, 사진 만들고, 쇼핑몰에 올리는 일은 제가 자는 동안 이미 다 끝나 있었거든요.
낮에는 평범하게 회사를 다닙니다. 그런데 제 이름 걸린 옷가게는 밤에도 돌아갑니다. 오늘은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, 광고처럼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제가 매일 보는 그대로 풀어볼게요.

솔직히, 시간이 없어서 만들었습니다
먼저 왜 이런 걸 만들었냐부터. 이유는 시시합니다. 회사 다니면서 쇼핑몰까지 손으로 하는 게 도저히 안 됐거든요. 도매 시장 신상 보러 다니고, 사진 정리하고, 네이버에 올리고, 또 쿠팡 규격 맞춰 올리고, 카페24에 또 올리고... 퇴근하고 이걸 다 하면 잘 시간이 없습니다. 그래서 목표를 딱 하나로 잡았어요. "내가 자는 동안 알아서 돌아가는 가게."
전체가 어떻게 도는지
말로 하면 복잡한데 그림 한 장이면 됩니다. 왼쪽 끝 도매 신상에서 오른쪽 끝 쇼핑몰까지, 제 손이 들어가는 건 딱 한 군데 — 맨 마지막 '이거 올려' 승인뿐입니다.

① 도매 신상 긁어오기
부끄러운 얘기부터 하자면, 처음엔 수집 목록을 그냥 키워드 한 덩어리로 관리했습니다. 167개짜리 뭉텅이요. 이게 너무 뭉툭해서 얼마 전에 품목별로 쪼갰어요. '스커트', '티셔츠', '바지' 이렇게 31개로요. 토큰 하나가 수백 개 연관어를 데리고 다니는 식입니다.
여기에 요즘 뜨는 '수식어'도 따로 잡습니다. 돌핀이니 멜빵이니 크롭이니... 품목만 훑으면 유행을 놓치니까요. 급상승 검색어에서 품목을 떼고 남는 말들을 챙기는 건데, 솔직히 사장인 제 눈보다 얘가 유행을 먼저 잡을 때가 많아서 좀 얄밉습니다 ㅎㅎ
아, 도매처 정보 — 어디서 떼오는지, 연락처 같은 건 시스템 안에만 두고 절대 밖으로 안 내보냅니다. 이건 장사의 기본이라 코드로 몇 겹씩 막아놨어요.
② 우리 가게에 맞는 것만 남기기
긁어온다고 다 파는 건 아닙니다. 수천 개 중에 우리 가게 색깔에 맞는 것만 골라야죠. 그래서 상품마다 다섯 가지로 점수를 매깁니다 — 스타일이 맞나, 가격대가 맞나, 내가 파는 품목인가, 지금 반응이 오나, 계절에 맞나.
맘에 드는 건, 점수를 그냥 숫자로만 안 던지고 마우스를 올리면 '스타일 몇 점, 시즌 몇 점' 하고 이유까지 펼쳐 보여준다는 거예요. 제가 납득이 돼야 승인 버튼을 누르니까요. AI가 고르긴 하는데, 도장은 제가 찍습니다.
③ 사진은 한 번 만들어 세 군데서 쓴다
고른 상품은 AI가 모델 사진이랑 상세페이지를 만듭니다. 여기서 제일 이득 보는 게 이거예요. 사진을 몰마다 따로 찍으면 돈이 세 배인데, AI 사진은 한 번 만들어 창고에 넣어두면 네이버도 쿠팡도 카페24도 같이 꺼내 씁니다. 비용은 한 번, 결과물은 세 몰.
진짜 이렇게 상품이 됩니다. 아래는 지금 실제로 팔고 있는 세트인데, 이 모델 사진 전부 AI가 만든 거예요.

④ 네이버·쿠팡·카페24에 한꺼번에
마지막은 진짜 등록입니다. 이 세 곳이 요구하는 게 다 달라요. 이미지 크기도, 옵션 넣는 법도, 꼭 써야 하는 고시정보도 제각각입니다. 예전엔 이걸 세 번 반복했는데, 지금은 몰마다 알아서 규격을 바꿔서 올립니다. 가격이나 재고도 한 군데서 고치면 세 곳에 같이 반영되고요. 창 세 개 띄워놓고 각각 손보던 걸, 이제 한 곳에서 합니다.
정작 밤에 제일 바쁘다
이 모든 게 제가 퇴근하고 뻗어 있는 사이에 돕니다. 밤 배치가 수집하고 채점하고 사진 만들어 놓으면, 아침에 저는 결과만 봐요. 시스템이 저 없이도 스스로를 챙기게 매일 새벽 6시에 자동 점검도 걸어놨습니다. 서버들 살아있나, 어디 자원 새는 데 없나 확인하고 기록을 남기고요.
그래도 완벽하진 않아요
자랑만 하면 좀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, 도매 사이트 로그인이 밤사이 풀려서 수집이 통째로 멈춰 있던 아침도 있었고, AI가 우리 가게랑 영 안 맞는 걸 골라와서 제가 승인에서 쳐낸 적도 많습니다. 그래서 맨 마지막 결정은 무조건 사람이 하게 남겨뒀어요. 자동화를 직접 해보니까, AI가 사람을 없애는 게 아니라 사람이 '판단'에만 매달리게 비켜주는 거더라고요. 잡일은 얘가, 결정은 제가.
다음엔 이 중에서 제일 말 많은 조각 — AI가 만든 사진, 진짜 쓸 만한가 — 를 잘 나온 것부터 폭망한 것까지 같이 까볼게요. 오늘은 여기까지, 배배였습니다.